중꺽마, 막장드라마의 귀환, 빨간 풍선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막장 드라마 빨간 풍선. 휴일에 우연히 틀어져 있던 티브이를 보다가 저건 뭐 하는 드라마지?라는 호감이 생겨 찾아보기 시작했다가 정주행 했다. 막장 불륜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MZ세대들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막장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불륜을 하다가 갑자기 중꺽마를 외치니 처음엔 저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중꺽마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의 신조어란다. 불륜에 복수에 자극적인 소재는 다 들어갔는데 거기다가 새롭게 신조어를 남발하는 드라마라니 신박하고 신기하다. 그리고 한 명의 불륜 감정만을 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가족 내에서의 갈등,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입장을 절절하게 보여주고, 서로서로 엮이고 엮이는, 꼬이고 꼬이는 인간관계가 웃기기도 하지만 다양한 입장의 차이를 보여줘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 어머니는 내내 드라마를 보면서 분노하시면서도 끝까지 다 보셨다.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드라마 빨간 풍선이다.
빨간 풍선 등장인물
조은강 - 서지혜
사춘기 시절인 고 1학년 때 만난 바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인생 제1의 친구로 남는다. 부잣집 바다 곁에 머물러야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니까. 교사가 꿈이지만 매번 임용고시에 낙방하지만 결국엔 합격한다. 남몰래 혼자만 썸 타던 의대 출신 고차원을 바다에게 빼앗기고, 현재는 4년 뒷바라지한 네 살 연하 남자 친구와 결혼할 날만 기다리지만, 남자 친구가 공무원에 합격하자, 버림받는다. 이후 은강은 남몰래 품고 있던 위험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좀 편하게 살기 위해, 온 가족을 동원했던 꼼수는 도리어 화가 되어 돌아온다. 겉으론 수수하고 차분한 스타일, 가슴속엔 뜨거운 무엇인가 품고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굴할 정도로 모든 걸 내려놓는다. 이 악물고 상황을 견디며 상대방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해, 결국은 환심을 사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데 능숙하다. 빨간 풍선을 좋아한다.
지남철 - 이성재
고물상의 장학금 지원사업으로 처음 알게 된다.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검찰총장이 될 재목이라 기대한 장인을 번번이 실망하게 하고, 장인사업체를 이어받아 운영하지만, 실제 권한은 없는 핫바지사장이다. 아직도 본가에 돈을 보내야 하는 처지라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며 의기소침해 있지는, 이 시대 중년 남자의 고달픔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러던 그에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그의 인생도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한바다 - 홍수현
잘 나가는 보석 디자이너. 협회 회장도 맡아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성공 의지도 강하다. 부잣집 딸답게 화려한 외모에 속도 깊고 뒤끝 없는 쾌활한 성격.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싸, 이태리 유학도 다녀왔으나 결혼식 직전에 친정이 쫄딱 망한다. 결혼을 포기하려 했으나, 남편의 설득으로 결혼식장까지 가지만 아버지가 쓰러져 돌아가시고 만다. 그것이 평생 트집거리가 되어 시부모한테 시집살이당한다. 요즘 젊은 여자답게 시월드에 당하지 않으려 나름 방법을 강구하지만, 대한민국의 고부갈등은 어쩔 수 없다. 결혼 7주년을 앞두고 있고, 6세 딸 하나 있으며 시댁으로부터 아들 낳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아직도 친정 빚을 남몰래 갚고, 심신이 병약한 친정엄마가 늘 마음에 걸린다. 단짝이었던 은강에게 모든 걸 비밀 없이 털어놓은 것들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고, 은강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고차원 - 이상우
친구와 동업으로 병원도 차렸고, 출중한 외모와 선하고 유머를 겸비했고 귀하게 자란 대로 상대방을 곱게 대하고, 어머니와 아내 갈등의 중심에 있지만, 교통정리를 못 하고 너스레로 넘기면서 갈등을 키운다. 은강이 가정교사를 하느라 들락거리면서 먼저 마음에 품은 사람이지만, 7년 전 은강친구 바다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결혼에 이른다. 혼자 썸 타고 짝사랑하던 은강으로선 애통할 상황이었고, 그 작은 시작점이 드라마의 출발점이 된다.
조은산 - 정유민
쿨하고 요즘 MZ 세대답게 당당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내공이 어마해서 사람 심리를 두세 단계 앞서 알아챈다. 싸움도 잘하고 뼈 때리는 직설적인 소릴 잘한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의 외도현장 목격 이후 내 인생의 결혼은 없다. 그래서 남자는 가까이하지도, 연애도 하지 않았다. 바다 시댁 회사에 경리도 들어갔다가, 장인·장모 마누라한테 뒤지게 당하는 남철에게 연민을 느껴 그의 차에 스스로 올라탄 은산이 남철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조대봉 - 정보석
한 번뿐인 인생, 나만 재미나게 살면 그만이라는 천하태평인 성격이다. 항상 깔끔 멋 내고 운전하며, 등산회 모임 회장을 맡아 열나게 활동 중이다. 자연스레 아줌마들과 교류도 활발, 인기도 좋다. 그런 남편을 속 터져하며 질투에 사로잡혀 뒷조사에 나서는 아내의 눈을 피해 혼자 재밌는 짓은 다 하고 다니며, 먼개소리야로 뭉개는 게 특기다.
양반숙 - 이보희
인기 좋은 대봉을 꼬셔서 결혼까지 했지만, 평생 잔 바람기 많고 여자들한테 인기 좋은 남편 때문에 맘고생이 심하고, 뒤쫓아 다니며 여자 정리에 바쁘다. 남편이고 자식이고 돈이 최고다. 돈만 생기면, 금융치료라면서 제일 좋아한다. 남편의 먼 개소리냐를 먼 새소리 야로 받아쳐 뭉개버린다. 겉으로는 이 집안의 대장이다.
조대근 - 최대철
조대봉과 이복형제 온갖 인생 풍파와 설움 다 겪었지만 유머러스하고 은근히 매력도 있다. 현재는 일반택시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늘 돈 많은 연상녀 꼬셔 놀고먹는 게 꿈이다. 하지만 헛발질로 끝나는 덜떨어진 제비다. 조대봉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홧김에 한 번 잔 여자가 임신해서 결혼했으나 최근 이혼하고 이 집에 얹혀살며 은근히 밉상으로 형수에게 구박받는다. 은강, 은산과는 통하는 게 있고 잘 지낸다. 고물상의 딸 고금아와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고물상 - 윤주상
어려서 넝마주이부터 시작해 엿장수 고물상을 이어 지금은 철강회사와 직접 거래하는 규모가 꽤 큰 고철 중간처리 회사 회장이다. 없는 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장인장모 따라다니며 일을 시작했고, 자신의 인생행로대로, 똑똑한 어린 남철을 일찌감치 데릴사위로 삼아 처가살이 독하게 시키는 중이다. 평소에는 손자들 키우고 거두고 부엌살림도 잘한다. 지독한 짠돌이에 깐깐하고, 툭하면 사람이 말여, 워치게 생각햐?, 외로와를 입에 달고 살면서 공을 상대에게 넘기며 깐죽거린다. 그런 통에 아내와 관계는 최악이다.
나공주 - 윤미라
엿장수 딸로 태어났지만, 뒤늦게 얻은 외동딸이라 귀하게 자라, 이기적이고 본인밖에 모른다. 부엌일도 안 하고, 경제활동 한 적 없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밖에 나가 고생하는 사람 심정을 이해 못 한다. 늘 엿장수 딸이라는 열등의식이 있다. 남편을 속으로는 무시하지만, 겉으로는 비위도 맞추고, 눈치 보면서도 할 짓은 다한다.
고금아 - 김혜선
엄마랑 짝이 되어 놀러 다니며 세상 물정 모르고 관심도 없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자랐고, 낙천적이고 크게 악의도 없다. 첫사랑과 강제로 헤어진 아픔을 가슴에 묻고, 아버지의 오래전 계획대로 짝지어준 남철과 결혼해 살지만, 남편과 거리는 여전하다. 그래도 딴생각 없이 그저 자식 보고 살아가는 보통 부부다.
빨간 풍선 결말에 대한 비판
결말에 대한 비판이 매우 거센 작품이다. 사실상 불륜을 미화하면서 작품을 마무리해 버렸는데 이는 사회 통념 및 정서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결말이다. 아무리 문영남 작가 작품의 막장도가 최상위권이라 해도 불륜미화는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나름 교훈을 주면서 불륜이나 범죄행위를 미화시키지 않는 닫힌 결말로 마무리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가의 전작에서 보여줬던 날림엔딩을 기점으로, 결국 본작도 마지막 회에 아무것도 풀리지 않은 엔딩으로 상당한 혹평을 받으면서 마무리되었다. 일례로, 지남철이 조은강에게 잡힌 약점, 한바다의 결혼 전 이탈리아에서의 과거등이 다뤄지지 않고 끝났다. 거기다 조은강, 고차원 커플의 최후 및 지운의 출생의 비밀은 열린 결말로 끝났다. 아마 이는 마지막 회에서의 빠른 급전개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문영남 작가의 단점만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 되고 말았다.
빨간 풍선 이야기
김혜선은 오케이 광자매 이후 1년 3개월 만에 복귀하며, 애정의 조건,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우리 갑순이, 오케이 광자매에 이어 문영남 작가와 5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최대철은 금수저 이후 1개월 만에 복귀한다. 또한, 왕가네 식구들, 당신만이 내 사랑, 왜 그래 풍상 씨, 본 어게인에 이어 진형욱 PD와 5번째로 호흡을, 왕가네 식구들, 우리 갑순이, 왜 그래 풍상 씨, 오케이 광자매에 이어 문영남 작가와 5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조은강이 고물상 일가에게 본인 가족의 정체를 숨긴 채로 친동생 조은산을 고물상의 회사에 취직시키고, 모친 양반숙을 고물상 집의 가사도우미로 추천하는 점 등이 영화 기생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 때문인지 13화에 기생충, 영화 기생충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소인 지하실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또한, 19회에서도 조은강이 자신의 가족들의 정체를 숨기고 고물상에 취업시킨 것을 한바다가 비난하는 대사에서 "기생충이니?"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15회 내용 중 1부 분량이었던 약 15분 간 한바다 역의 홍수현이 불륜을 저지른 조은강과 고차원을 카페로 불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불륜 사실을 밝히는데, 이때 홍수현의 대사 분량이 A4 용지로 6장이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빨간 풍선의 의미는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의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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